요즘은 유튜브를 주로 보지만 5~6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자주 올렸다. 종종 옛날 앨범 보는 느낌으로 페북을 종종 들락거리곤 한다. 그때마다 눈이 가는 건 여행하며 남긴 포스팅들. 팔짝 뛰며 웃는 사진, 절벽에 걸터 앉은 사진, 휴양지에 누워 책 읽는 사진 속 그때의 나를 마주한다. 행복해 보인다. 마냥 좋지만은 않았었는데. 그때의 온전한 마음이란 기억하기 쉽지 않다. 사진들과 함께 쓴 글들을 보며 그때의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가늠해보곤 한다.
그러다 종종 고개를 갸웃거린다. 기억의 흐름이 잘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나홀로 회상했을 때의 감상과 사진을 보며 떠올리는 일이 왠지 다를 때가 있다는 것. 서로 바닥을 더듬다 보면 이쯤에 손을 맞잡겠다 싶은데 끝내 상대방의 손을 못 잡고 헤매는 일이 생긴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여행 기억이 안 맞는 건 취기 탓이라고 하지, 영락없는 혼자만의 문제를 원인 모를 땐 왜 이런 단절이 발생하는지 알지 못했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기억의 무게중심이 다르지 않을까 하는. 지난날의 내가 남기고자 했던 것은 아름다운 절경과 거기에 도착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목적에 맞게 사진을 남겼다. 기억의 습성은 그런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가는 길에 하릴 없이 바라보았던 들판과 지평선, 가능한 멀리 시선을 놓아둘 끝 없는 길이 자꾸만 떠올랐다. 먼 길을 가다 들른 어느 주유소의 파란 하늘은 그랜드 캐년의 절경보다 여행에 알맞는 이미지기 되었다. 사실 다 그런 게 아닐까. 성공의 추억이란 것도 간절했던 입시와 졸업, 초조했던 입사와 이직의 순간이라기보다, 익숙진 통학길과 도서관 같은 매일의 흔적들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었을지. 본능처럼 떠오르는 그런 지나가는 풍경들로 쌓여진 기억, 목적지로 가는 중의 장면들이 말이다.
그래서 여행은 되도록 길기를 바란다. 황홀한 장관을 보는 것보다 가는 중의 평화로운 시간이 길었으면, 못 해도 10시간은 걸리는 여정으로 기다림에 조금은 지치고 피곤했으면. 날씨가 바뀌고, 지형이 바뀌고, 시차가 바뀌는 공간의 움직임을 오래도록 느낄 수 있었으면. 바다, 사막, 숲, 협곡, 강을 끊임없이 마주하는 길 위에서의 모습들로 남았으면.
늘 ‘가는 중’으로 살고 싶다. 만들어진 결과와 목표에 기대지 않고 나아가는 과정의 떨림을 로드트립처럼 느낄 수 있기를. 먼 곳에의 마음을 내 안에 계속해서 가져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