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이상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심히 제 옆에 다가와 태연하게 앉아서는 어깨 위로 팔을 툭 하고 올리죠. 그 덕분에 시를 읽다가 심장이 내려앉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곱씹다가 좋아서 흥얼거리기도 합니다. 시를 통해 위로를 얻는 순간도 많습니다. 제가 수집한 김소연 시인의 구절도 저에게 힘이 되는 문장이었습니다.
"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 안부가 슬픔을 깨울 테니까요 슬픔은 또 다시 나를 살아있게 할 테니까요."
김소연, 「그래서」, 『수학자의 아침』, 문학과 지성사, 2013
안부는 대체로 따뜻하고 다정하지만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을 떠올리게 하는 난감한 상황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소연 시인의 「그래서」의 문장들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슬픔의 크기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인데요. 쌀쌀한 바람이 불던 어느 날 「그래서」를 꺼내 다시 읽었던 것은 아마 저의 슬픔을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장들은 저마다 다른 형태와 무게로 제게 찾아옵니다. 아마 여러분도 잊지 못할 문장들이 있으시겠죠? 무심코 내 마음속에 담아둔 문장을 꺼내보는 일, 그러다 문장이 주는 온기에 나도 모르게 모든 감정이 쏟아져 버리는 일, 이런 일들이 있다 할지라도 저는 여러분이 저와 함께 문장을 사랑하는 일에 동참해 주시길 가만히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