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사람을 잘 살피고 챙기던 내가 나부터 챙기기 위해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면 나는 그들을 서운하게 만든 사람이 된다. 서운함이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란 걸 알기에 그들이 사랑스럽게 보이기도 사랑받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나에게 서운함 따위는 느끼지 말았으면 나를 조금은 덜 사랑했으면 하는 모순적인 마음이 든다.
서운함은 무언가를 기대하고 기대만큼 충족되지 않았을 때 속상한 안타까운 마음이 뿌리이다. 기대하는 사람의 머릿속 상상으로 만들어진 그 기대의 크기는 얼마나 큰지 작은지 혹은 아예 없는지 타인은 알 수 없다. 내가 그들을 서운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나에 대한 기대도 서운한 감정도 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낸 기대에서 이어진 마음이다. 사람은 자신이 기대한 것보다 좋은 사람을 발견하면 좋아하고 따른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한 것보다 더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때는 누군가를 잘 살피고 챙기는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매 순간 기대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를 살피고 챙겨야 하는 순간에는 다른 사람들을 살필 여유가 없다.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해도 당장 내가 아프고 힘들고 정신이 없을 때는 나를 챙기느라 그를 살피고 챙길 수 없어서 기대를 못 채워주는 서운하게 만든 사람이 된다. 내가 나를 살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상대의 기대 크기가 얼마나 크든 작든 나는 반드시 그들을 서운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나를 조금은 덜 사랑했으면 나에게 기대가 크지 않기를 그래서 나로부터 서운함을 덜 느끼기를 바란다.
나는 나부터 살피고 획득한 여유를 동력으로 사람들을 챙기는 사람이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서운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그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모순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아프고 힘들고 정신이 없을 때 받는 서운함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내가 달래 줄 수 없는 마음이고 받을 수 없는 사랑이라 버거웠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면 '나의 기대가 높았구나', '높은만큼 사랑하는구나', 그리고 '그 사람이 지금은 아프거나 힘들거나 정신이 없는 상황일 수도 있겠다'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