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떨 때 외로움을 느낄까요? 사실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너무 크고 아득해서 숨고만 싶어집니다. 어느 날 문득 고요한 세상이 큰 파도처럼 몰려들거나 하고 싶은 말은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했는데 아무도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거나 눈 오는 어느 밤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는 새하얀 길이 너무 막막해서 다리 힘이 풀릴 때 저는 외로움과 마주합니다. 외로움과 서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바라보는 그 순간이 오면 저는 한 소설을 떠올립니다.
"시간이 갈수록 할머니 안의 고독은 눈처럼 소리 없이 쌓였다. 처음엔 곧 녹을 수 있을 듯 얇은 막으로. 하지만 이내 허리까지 차오를 정도로 두텁고 단단한 층을 이루었겠지."
백수린 「흑설탕캔디」, 『여름의 빌라』, 문학동네, 2020
이 구절을 되뇔 때마다 제 두 다리는 속절없이 쌓인 눈더미에 처박힙니다. 막을 새도 없이 몰려드는 외로움에 무너지고 말죠. 그런데 이상하게 마냥 슬프지가 않습니다. 마치 외로움이 다정한 친구라도 된 듯 기대고 싶어집니다. 외로움에 익숙해진 것일까요? 아니면 외로움을 이해하게 된 것일까요? 아마 지금 떠오르는 이 구절 덕분에 저는 외로움 속에서 잠들어 있던 희망을 만나게 됐는지도 모릅니다.
"우습게도 느닷없이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이 들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주는 즐거움. 계획이 어그러진 순간에만 찾아오는 특별한 기쁨. 다 잃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새 한여름의 유성처럼 떨어져내리던 행복의 찰나들."
백수린 「흑설탕캔디」, 『여름의 빌라』, 문학동네, 2020
모든 걸 다 잃은 것 같아 서글픈 순간에 갑자기 쏟아지는 행복들, 저는 그동안 눈앞에 행복들을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혹시 외로움은 제 옆에 가만히 서서 제가 행복을 잘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건 아닐까요.
소설을 읽다 보면 소설 속 주인공과 저를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주인공들이 겪고 내뱉는 말들이 너무 저와 닮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소설에서 만나는 문장들은 낯설지 않고 오히려 친근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담겨 있을 때도 많아 읽다 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소설을 읽으며 나뭇잎들이 서로 밀어를 주고받듯 비밀스런 이야기들을 나누시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