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은 건물의 3층이다. 이 건물에는 여러 회사가 입주해 있다. 옆 회사와는 여닫이문 하나로 구분되어 있다. 내가 책방에 출근하는 시간은 보통 옆 회사의 점심시간이다. 아무도 없을 때가 많다. 옆 회사에는 고양이가 있는데 점심시간이면 여닫이문 앞에서 혼자 사람들을 기다리는 녀석이 심심해 보여 문을 살짝 열고 사람들이 올 때까지 궁디팡팡과 사냥놀이를 즐겼다. 핑계다. 내가 놀아달라고 졸랐다. 혼자 편하게 누워있는 녀석 옆에 다가가서 손 내밀고 낚싯대 내밀고 졸랐다. 고양이 덕후가 고양이를 지나칠 수 없지. 궁디팡팡의 강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제 출근하면 문 앞에 서서 나를 부른다. 문을 열어주면 쪼르르 나와 책방 곳곳을 구경하다 내 다리 앞에 궁둥이를 멈춘다. 팡팡하라고. 이마부터 궁둥이까지 쭉 쓰다듬는 것도 좋아해서 팡팡과 쓰다듬을 적절히 섞여준다. 룸메가 고양이를 키운적도 있고 길 가다가도 여러 고양이를 만나왔지만 배를 보이는 고양이는 처음 봤다. 욘석은 기분이 좋으면 고르릉고르릉하다 배를 보인다. 처음엔 배를 만지면 싫어할까 봐 최대한 등 쪽을 쓰다듬었는데 지금은 그게 이마를 들이밀라는 표시란 걸 안다. 이마를 대면 녀석도 고개를 들어 이마를 맞대준다. 그때의 행복감이란.
이 귀여운 냥이를 손님에게도 자랑하고 싶지만 책방에 손님이 왔다 하면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책방에 상주하는 냥이가 아니니 그럴 수 있지만 사진으로만 보여주기 너무 아쉽단 말이다. 가끔 문 너머로 얼굴을 비췄다가도 처음 보는 사람이 있으면 쪼르르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귀엽고 아쉽다.
책방 문은 불시에 열리기 때문에 그 틈으로 냥이가 탈출할까 봐 여닫이문을 닫고 지낸다. 그러다 가끔 짐을 옮기거나 필요에 의해 문이 열려 있으면 곧 녀석이 책방을 탐색하러 나타난다. 책장 위에 올라갔다가 책상에 올라갔다가 키보드 한번 밟아주고 이마 한번 부딪혀주고 구석에 있는 박스 안에 들어갔다가 내가 놀아주지 않으면 다시 들어간다.
바쁠 때나 퇴근하기 직전에 놀아 달라고 하면 너무너무 미안하다. 하루에 보는 시간도 짧은데 놀아주지도 못하면 마음이 슬프다. 책방에 있는 나무 책장을 스크래쳐로 쓰는 것도 슬프다.
나는 정말 고양이 못 키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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