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도 오랜 시간 동안 고민했을 것이다. 얼마나 더 다녀야 할까? 내 생활은 왜 멋지지 않고 이렇게 지긋지긋하게 지루하지? 그렇다고 퇴사하면, 사진 인화 말고 내가 할 줄 아는 게 있나? 쳇바퀴 질문 속을 맴돌다 잡지사가 폐간할 때까지 남아있던 걸 테다. 월터의 피곤한 표정을 보니 안온함을 포기하지 못하는 내가 떠올라서 마음이 조금 구겨졌다. 적당히 살면서 스스로에게 매일을 빚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조바심도 났다. 영화 속 월터는 작가가 기승전결을 책임져주지만 내 인생의 스포트라이트는 내가 책임져야 하니까 뭐 하나라도 해야 하겠다 싶었다. 그렇게 요가를 등록하고 투자 책을 뒤척이는, 아, 흔들리는 청년이여.
안다 알아. 나도 안다. 불꽃이 켜질 때는 여러 번 부싯돌을 치고 스파크가 번쩍인다. 그렇지만 한번 켜지면 불꽃은 은은하게 일렁일 뿐이다. 그렇지만 은은하다고 연소하고 있지 않은 건 아니다. 보이는 건 고고한 불꽃뿐이지만 산소와 물이 계속 소모되고 발생하고 있다. 생활감도 이와 같을 것이다. 지루해서 몸을 배배 꼬아도 몸에서 소모되고 쌓여가는 근육이 있다. 그러니 영화에서 폐간 잡지의 표지 사진이 평범하게 일하고 있는 월터의 모습이었다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오열하는 거겠지. 그럼에도 자주 지루하고 가끔 소중하다, 바른조직생활은. 언제 청산해야 하나. 당신은 언제 청산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