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다 운영하는 게 아닌 지점 하나를 관리하는 책방지기다 보니 도움이 필요할 때 금방금방 사무실에 연락할 수 있다. 지점과 직원이 여러 명이다 보니 협업이 종종 있다.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는 것과 비교해 장단점이 있다. 회사생활이 익숙한 나는 장점이 크게 작용했다. 손님이 찾기 힘든 3층의 책방이란 부분도 처음엔 심심했지만 지금은 손님이 좀 늘고 업무가 늘어나 하루가 바쁘다.
여태 겪어왔던 한 동네를 꾸려놓은 책방들처럼 이 책방이 하나의 동네처럼 보일지는 모르겠다. 나름 매일 정성을 쏟고는 있으나 아직 속을 깊게 들여다본 것이 아니라 매일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벌여놓은 일이 많아 머리 아플 때도 있지만 책방지기로서 책방의 모든 걸 관여하진 않다 보니 아직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
일 년 정도 핥아보니 책방은 우리가 사랑하는 문화공간 역할을 함과 동시에 하나의 명확한 사업체라는 걸 느꼈다. 왜 손님으로 다녔을 때는 업체라는 생각을 못 했을까. 머릿속에 업체는 차가운 이미지가 있었나 보다. 책은 문화이자 하나의 문화 상품이란 걸 배웠다. 워크숍을 기획하고 여러 업체와 협업하고 마케팅하고 책을 입고하고 정산하는 걸 옆에서 보기만 해도 머리가 터지겠다. 처음부터 저걸 다 맡았다면 힘들었겠지. 이미 혼자서 모든 걸 하고 있는 책방지기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그래도 홍대점은 이아님이 제일 잘 아시니까."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뭔가 쑥스럽다. 별로 한 건 없는데 일 년 정도 그 자리에 있었다는 걸로 대우받는 기분이다. 다른 지점에 비해 방문율도 낮고 책도 어려워서 힘들어했던 적이 있는데 종종 저런 말로 찾아주는 사람들이 고맙다.
겉을 핥기만 해도 보이는 것이 있다. 이제 조금씩 겉을 뚫고 속을 맛보며 조화를 이뤄가야지. 아직은 속이 빨간지 노란지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맛있는 수박이 주렁주렁 열리는 동네책방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