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우리가 어디에 있더라도
본가. 그 단어는 들을 때마다 낯설다. 본가本家라. 내 본래의 집 같은 느낌. 딱히 가졌다는 의식이 없기 때문일까. 실제로 이사가 많았기 때문일까. ’본’이나 ‘근’ 따위의 단어를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곱씹게 된다.
뜻을 찾아보니 “호적법상 가제도(家制度)에서 가족원이 소속해 있던 가로부터 분가(分家)하여 1가(一家)를 창립한 경우, 그 본래의 가”라고 한다. 그렇다면 문득 궁금. 내가 호적법상 분리한 뒤 부모님이 이사를 하면, 나의 본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함께 지냈던 그때의 집은 더 이상 우리집이 아니니 말이다.
제도는 그렇다고 치고, 내게 집家이란 가족이기보다 물리적인 실재에 가깝다. 그것이 주는 공간으로서의 감각이 더 크다. 가족이 그곳에 없더라도 고향은 고향인 것처럼, 등치되면서도 독립적으로 느껴진다.
본가라는 말을 그래서 잘 쓰지 않는다. 대신 광주집, 엄마집 정도로 부른다. 그렇게 부르며 드는 생각은 결국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인데, 광주는 돌아가야 할 집의 바깥에 있는, 문자 그대로의 피안彼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어디가 차안此岸이고 피안인지는 중요치 않지. 나는, 우리는 그래왔다. 엄마도, 동생도, 그리고 아빠도 모두가 저마다의 공간에서 방향은 다르게 씩씩하게 살았다. 이따금 서로의 공간을 오갈 뿐이었다. 나는 우리가 그 방법을 조금 일찍 배울 수 있던 것에 감사하고, 시간이 들수록 단단해질 그 노하우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다른 집家에 사는 가족家으로 말이다. 우리가 어디를 떠나왔더라도, 지금 어디에 있더라도, 앞으로 어디를 새로이 가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