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오랫동안 성당 안에 머무르는 동안 도무지 간과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시큼하고 찝찔한 냄새다. 터키 사람들이 특별히 냄새가 강하다거나, 터키에 특유의 냄새가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성 소피아 대성당에서 맡은 발 냄새는 단언컨대 인생에서 맡을 수 있는 가장 두텁고 강렬한 냄새였다. 성당 전체에 깔린 카펫에서 압도적인 발 냄새가 올라온다. 여행객들의 발 냄새, 기도를 드리러 온 터키 사람의 발 냄새, 히잡을 쓴 여자의 발 냄새, 청바지를 입은 아저씨의 발 냄새, 어린아이의 발 냄새. 발 냄새, 발 냄새, 발 냄새. 오래간 땀이 배어 나온 발로 꾹꾹 밟힌 카펫은 밟힐 때마다 발 냄새를 토해내고 점점 얄팍해졌을 것이다. 그렇게 성당은 화려한 장식과 발냄새가 섞여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고, 그곳에 머무른 모두는 공간에서 받는 심미적 쇼크와 후각적 쇼크 덕분에 성당을 잊지 못하고 며칠이나 그 일에 관해 이야기하게 된다.
어떤 책에서 말하기를 ‘세상일은 꼭 직접 해봐야 할 일과 반드시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도 구분된다’고 했다. 그 문장을 보면서 여행은 분명 '직접 해봐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역사와 미술 교과서에 등장하던 성 소피아 대성당을 사진으로만 보았다면 규모와 색감과 섬세함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공간에 발냄새가 맴돌지 어떻게 알았을까! 이런 맥락에서 여행은 지구에 나만의 고유한 경험을 품은 장소 하나를 가지게 되는 일이다. 그곳에 있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좀 나아지는 기분이 드는 공간 말이다. 나는 그렇게 머릿속에서 나만의 성 소피아 대성당을 포함한 나만의 여행지들로 도망치면서 몇 번의 가벼운 번아웃과 인간관계에서의 분노를 넘겼다. 그것도 나를 좀 더 불행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대성당과 발냄새는 환장 콜라보가 아니라 환상 콜라보가 맞다.
p.s. 이 글을 쓰려고 성 소피아 대성당에 대해 검색해보다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진에는 매끄러워서 빛이 반사되는 대성당의 대리석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알고보니 2020년 7월에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성 소피아 대성당을 박물관에서 이슬람 사원으로 만들면서 카펫을 깔았다. 그러니까 이 발 냄새는 불과 2년 동안 밖에 축적되지 않은 발냄새였던거다. 몇백 년쯤 되어 역사 깊은 카펫이 아니었다. 약간의 배신감에 몸서리쳤다.
1) 게슈탈트 붕괴: 특정 대상에 과도하게 몰입해 대상의 정의나 개념 등을 잊어버리거나 이질감이 생기는 현상. 게슈탈트 심리학에서 용어를 빌려왔지만 일본에서 창조된 인터넷 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