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있는 것들보다 내가 관심이 가는 것들에 욕심이 많다.
유행을 타는 것은 아무런 쓸모가 없고 금방 유행이 사라져버릴 것이기에 나는 그곳에 소비되는 돈과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었다. 여기에는 그만큼 시간과 돈을 소비하며 즐길 금전적 여유가 없었던 대학생 시절을 지독하게 지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가 내 입으로 지독하다고 얘기하기에는 어떤 이들의 눈에는 아니꼽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작은 한 칸짜리 방에 거주하였었는데, 매달 부모님께 월세, 공과금, 25만 원의 용돈을 받아가며 생활했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분에 독립한 것이 아니었기에 힘든 시절을 보냈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파트 타임 잡을 구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시절 나는 여러 가지 꿈을 꾸며 그것들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구상하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었다. 내가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꿈꾸는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현하는 시간이 몇 년간은 현저히 적어질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좀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고 하고 싶은 다른 것들을 못하더라도 꿈꾸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였다. 이것은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었기에 불평불만을 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한정된 시간과 돈을 최대한 활용하여 최대한 월 25만 원 받는 용돈을 아껴 사용하였는데 그때의 나는 담배, 술, 향수, 외식 등 생존에 필요하지 않은 곳에 돈을 쓰지 않았었고 오롯이 생존하는 최소한의 지출을 구상하기에 힘썼다. 대형 가게와 동네 가게의 식료품 가격과 양을 비교하며 라면이나 빵 같은 것을 며칠간 먹을 양으로 나누고 그것 이상 먹지 않아야 했던 행위들 말이다.
유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그 시절 유행하는 것들을 놓치면 나중에 문화적인 공백이 생기고 타인과의 대화에서 너무 큰 간격이 벌어질 것만 같아서, SNS를 통해서 유행하는 것들을 구경했었다. 여러 종류의 유행들이 지나갔는데 이 유행들을 즐겨보고 싶다기보다는 유행하는 공통적인 요소들이 어떤 것이 있을지 들여다보며 다음 유행의 연결성과 유행이 소진되기까지는 어떠한 과정과 징조가 있는지를 살펴보았었다. 이런 현상들을 보다 보니 완전히 새롭게 나타나는 유행은 기술력의 발전으로 상상하던 것을 구현해낸 것들이 있지만 이것들은 행태의 차이를 둘뿐, 이 모든 것들은 이미 존재해온 사람들의 감정, 욕망의 영향을 받는 것들이라 어느 한 지점으로 귀결되기 마련이었다. 즉, 완전히 새로운 것들은 없고 이미 존재해온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어떠한 것은 유행이 소비되는 유형에 따라 그 뒤를 따르는 듯했다.
이런 나만의 어설픈 생각 정리를 하고 나니 유행하는 것들을 따라 하기보다 언제나 사람들이 찾는 것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유행을 따라 하지 않아도 내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것 그리고 내가 돈을 아끼지 않으려 하는 한가지, 그것이 나에게는 ‘커피’이다.
나에게 유일하게 허락하는 사치는 커피였었는데, 사실 처음부터 커피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커피를 마셨던 처음의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15살의 나이였었던 것 같다. 그 커피는 탄내 같은 게 많이 났었던 것 같고 깨끗하지 않은 맛을 느낀 이후로 커피를 즐겨 마시지는 않았었다. 그렇게 5년이지나 20살이 되어 아무것도 모르고 요령도 없던 상태에서 시간을 많이 쏟으며 노력했던 시절, 나는 커피의 카페인이 필요하여 커피를 많이 마시게 되었는데 내가 커피를 마시지 않던 5년간 한국의 커피 맛의 평균이 상승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여러 카페를 다니며 이왕이면 카페인을 섭취할 것이면 맛있는 곳을 찾아 다녀서일까.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내 입맛에 맞는 카페를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관리를 못 해서 원두의 맛을 살리지 못하고 끔찍한 맛을 내는 곳들은 많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 시절의 나는 1,000~1,500원 하는 커피를 마셨기에 다양한 맛을 바라는 게 이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커피를 찾을 수 있었다. 특히 그 시절의 나에게는 카카오 향이 나는 커피가 제일 맛있는 커피였었는데, 이러한 커피 취향은 내가 벌이를 시작한 직업을 가지고 2년이 지나 새로운 커피의 맛을 보기 전까지 계속 유지되었었다.
그 시절 나는 최저시급에서 조금 벗어난 돈을 벌게 되었고 여전히 술과 담배, 유행하는 것들에 소비하는 등 지출이 큰 행위들은 하지 않았기에 예전보다는 금전적 여유가 생겼었다. 그래서 이제는 좀 더 가격대가 있는 커피를 즐겨 보고 싶었다. 말로만 들어보았던 ‘게이샤 커피’라던가 ‘블루마운틴’이라던가 말이다. 사실 게이샤 커피는 너무 많은 곳에서 들어본 커피 이름이라 마운틴 블루 커피가 더 궁금했었다. 블루마운틴은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었는데, 대학생 시절 방학 때 잠깐 일했던 카페에서 알게 되었다.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손님께서 메뉴에 있지도 않은 커피를 주문하셔서 매우 당황스러웠기에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장님께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으신 원두를 내려주셨었던 일이 있었나 보다. 언젠가는 그 커피를 꼭 마셔봐야지. 어떤 맛이기에 메뉴에도 없는 커피를 찾아다니셨던 걸까. 나는 이 경험으로 인해 어느 정도 벌이가 형성되면 경험해보지 못했던 커피를 찾아다녀 보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나의 유일한 정보의 유입로인 SNS에서는 인테리어가 예뻐서 사진찍기 좋은 카페, 예쁜 음료, 예쁜 디저트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커피는 시각적인 것으로만 담기에는 시각적으로 자극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커피 맛이 좋은 카페는 사진으로 확인하기 어려우니 계속해서 카페를 발로 뛰며 찾아다니기를 반복했었고 그러던 중 집 근처에 위치한 카페를 친구에게 소개받게 되었다.
<소개 받은 카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