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서정연 2023. 06. 23
서늘한 봄비가 내리던 날. 작은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태어났다.꼬리 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휘어진, 방어의 언어를 가진 작은 노란 고양이.태어남과 동시에 죽음길로 내몰린 형제들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는 새 꼬리를 움츠릴 수밖에 없었겠지.
시간과 계절의 간격을 두고 작은 고양이는 그의 손길과 시선을 받아들였다.
철저하게 자신 만의 방식대로.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아지는 시간.꼬리 끝을 살랑이고 말랑이는 걸음으로 돌풀 가득 핀 자리로 그를 이끈다.새로 돋아나 물기를 머금은 돌풀 위, 마당의 버드나무 잎 부딪히는 소리.
딱따구리의 퍼득거림. 주고받는 장난과 웃음.
자연의 소리와 볕을 온전히 느끼며, 사랑스러운 장난을 치는 순간에도 그 작은 고양이는 여전히 꼬리 끝을 움츠리고 있다.
태양 빛이 늘어져 뒤뜰의 풀숲에 해가 들면 작은 고양이는 그곳으로 걸어간다.
화려한 장난감을 눈앞에 흔들고 아쉬운 눈빛과 마음을 가득 보내 보아도
그저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뒤뜰만을 향해 걸어간다.
풀숲에 몸을 뉘인 작은 노란 고양이를 그는 멀리서 바라본다.
고양이를 감싼 고요한 공기의 흐름. 고요히 파고든 고독.주변의 소음과 시선을 단절 한 채, 깊게 들어보는 내면의 소리.꼬리 끝에 서린 불안을 찬찬히 가다듬는 시간을 보낼 것이다.
내일의 해가 뜨면 빛이 내리쬐는 돌풀의 자리로 그를 이끌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시간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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