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맛>
준현은 손님들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것을 확인하면 항상 하는 질문이 있다.
“커피 맛은 어떠신가요?”
(나는 이 모습이 참 좋다. 먼저 맛을 보는 행위를 통해 본인이 의도한 바로 만들어졌음을 확인하고 음료를 내어왔을 때, 타인의 입맛에도 맞는지 물어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이 한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맛이 나는 것들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 수 있게 되어 커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들도 각자의 취향을 알아가는 방식을 열어 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정말 맛있어서 진심을 담아서 대답하였다.
"맛있어요."
대답하는 순간 나는 항상 이렇게 단답형으로 대답하였고 맛과 향에 대한 감각을 언어로 전달하는 능력이 없음을 깨달았다. 향과 맛을 어떤 단어로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마치 예쁜 색을 보고 무슨 색이라고 표현을 못 하고 그냥' 예쁘다.'라고만 표현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맛있다. ‘라는 말만 하고 다른 느낀 점을 어떻게든 얘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맛있다.’라는 말만 할 것 같아서, 이번에는 어떻게든 말들을 꺼내보았다.
"정말 스키틀즈의 향이 느껴지는 게 신기하네요. 여러 가지 맛들이 떠오르는데, 이걸 어떻게 표현하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사실 콜롬비아 커피를 캔 커피로 처음 접했었는데, 느끼한 맛이 나서 아주 싫어했었거든요. 근데 지금, 이 커피를 마시면서 콜롬비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어요. 콜롬비아 커피는 향이 참 재미있는 커피군요."
나는 어떤 특정 과일이나 꽃 혹은 세상에 존재하는 향에 대한 얘기는 전혀 하지 못하였지만 최대한 내가 느낀 점에 관해서 얘기를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준현은 자신도 나와 같을 때가 있었다면서 어떻게 맛의 표현을 익히게 되었는지 말해주었다.
"판매되는 원두에 적혀있는 향미를 읽어보며 마셨었어요. 그중에는 노트에 기재된 향미가 잘 느껴지는 향이 있고 끊임없이 되뇌며 찾아보다 보면, 긴가민가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어요. 그렇게 향미로 적혀있는 것들을 보며 여러 가지를 마셔보면서 향을 뜻하는 단어를 찾아갔었어요.“
준현의 말을 들은 나는 원두의 컵노트를 보면서 한 모금 마셔보았다.
“확실히 컵노트를 보면서 마시니까 제가 느꼈던 향들에 대해서 확신이 생기네요.”
이 말을 하고 나는 네 모금 정도 더 마셔 보았다.
“계속 찾으면서 마셔보니까, 단어를 더 찾아낸 것 같기도 한데. 이게 헷갈리네요. 실제로 제가 향을 찾은 건지 혹은 자기 암시인지. 그래도 이렇게 계속 찾으면서 마셔보니까 재밌네요.“
준현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너무 유명해져서 방문하기 어려워지는 카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으면서도 장사가 잘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커피를 비웠다. 오늘 준 현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향을 찾아가고 느껴가는 것을 탐구하는 방법에 대해 가닥이 잡혔고 이제 나도 맛있다고 유명한 원두들의 향미를 찾아가면서 마시는 재미를 붙일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보였다.
준현에게 향미를 표현하는 단어를 익히는 방법에 대해서 배운 후 나는 유명한 원두들을 찾아 마시기 시작했는데, 심지어는 생산된 물량이 매우 적어서 한국에 겨우 소량의 원두가 들어온 것들도 찾아 다니며 마시기도 하였다. 이렇게 나는 점점 유명한 원두들을 찾아 마시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같은 나라에서 생산되었지만, 유명한 원두일수록 좀 더 명확하게 그 원두의 향미가 느껴지는 것이 있었데, 역시 사람들이 찾고 유명한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때로는 유명한 원두였지만, 내가 좋아하는 맛이 나 강렬한 향미가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었지만 말이다. 이러한 원두가 나에게는 게이샤였다. 맛있다고 유명한 원두라서 맛있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는데, 겨우 정리해보니 은은하게 단맛이 나고 꽃향기가 났었던 것 같다. 모든 맛과 향이 은은했었다. 내가 생각보다 화려하고 강렬한 향이 휘몰아치지 않아서일까.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았다. 유명하다는 곳에서 유명한 원두를 마셔봤는데, 오랜 시간 동안 기대했던 화려하고 강렬한 맛이 아니었기에 놀라웠다. 그 이후로 나는 몇 번 더 게이샤 원두를 찾아 마셔보았다. 꽃향기와 꿀이라는데, 난 둘 다 내 취향이 아니었기에 게이샤 원두는 더 이상 찾아 마시지 않게 되었다. 오랫동안 기대했었던 원두였지만, 전혀 실망스럽지 않았다. 어떤 맛 때문에 사람들이 찾는지 미약하게나마 느껴보았고 즐겨 찾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기에 오히려 내 취향이 아님에 감사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