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새 먹는 것에 사용되는 지출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편의점 도시락으로 간단하고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하거나, 빵을 사 먹는 것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좀 더 재미있고 신기한 맛을 가진 커피를 찾기 위해서 카페를 유랑하며 유명한 커피를 마시는데 비용과 시간을 많이 들였다. 커피를 마시러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피를 내리는 도구에 관해서도 관심이 생겨서 웹서핑을 통해서 검색해보며 유명한 장비들을 하나둘씩 사 모았다. 그렇게 커피에 한참 빠져서 살아가던 나날을 보내던 중 두 군데의 카페를 들러 커피를 마셨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대중교통의 운영이 모두 종료되어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집까지 걸어서 1시간 40분 정도. 사실 심야 버스를 이용한다면, 25분 정도 버스를 타고 집 근처 정류장에 내려 5분 정도만 걸어가면 충분하였지만, 온도가 선선하고 살랑거리는 바람이 좋아서 집으로 천천히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까만 하늘에 별은 두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게 떠 있었고 거리에는 자동차와 사람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조용했다.
평소였다면 이어폰을 꽂고 주변환경과 그때의 기분에 맞게 맞추어둔 음악들을 들으며 걸었겠지만, 속삭이는 듯하게 들여오는 소리들이 듣기 좋았다. 바람에 의해 주변의 식물들과 사물들이 내는 소리,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그리고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어둡고 조용했지만, 외롭고 한적한 거리는 아니었다. 늦은 시간에도 각자의 목적지를 가지고 이동하는 사람들과 자동차가 스쳐 지나갔기에 외롭지는 않았다. 조용했고 평화로웠다. 나에게 이 행위는 감성적으로 젖어 드는 순간이나 행위 따위가 아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정신없이 살아오며, 눈앞에 보이는 것들만 처리하다 보면 놓치거나 깨닫게 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이런 시간을 가지는 편이다.
뭔가를 생각하며 걷는 것은 아니고 주변에 보이는 것들을 훑어보며 걸으며 떠오르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하다 보면, 최근 내가 경험한 것들과 연관하여 고민하며 깨닫게 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걸어가며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구경을 실컷 하며 걷다 보니 언젠가 가보겠다고 기억해두었던 가게의 간판이 바뀐 것이 보였고 이상하게 주차되어 있는 차량, 귀여운 고양이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집 근처에 도착하였다. 내가 집으로 가는 길에 유일하게 적막함이 없는 거리인데 이 거리는 새벽 동이 트는 시간까지 음악 소리와 술에 취한 이들의 소리가 들리는 거리이다. 10분 정도 이 거리 관통하면 방금까지 사람이 많고 시끄러웠던 거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 거리가 나온다. 이제 집까지 5분만 더 걸으면 도착한다. 이 조용한 5분의 거리는 왕복 2차선 도로의 작은 도로가 있는데, 집으로 가는 마지막 횡단 보도를 건너며 예쁘게 떨어진 피자 4조각을 보았다. 배달하는 분이 사고를 당하셔서 피자 조각들이 날아가서 흩뿌려졌나 싶어서 도로의 상황을 제법 넓게 훑어봤으나, 사고의 흔적은 없었고 술에 취한 취객이 피자 박스를 집어 던져서 바닥에 안착했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아도 피자 박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누가 피자 4조각을 손으로 들고 다니다가 도로에 가지런히 놓아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피자는 치즈와 토핑이 한쪽으로 밀려서 도우와 토핑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온전한 예쁜 부채꼴 모양으로 도로에 널브러져 있었다. 난 이걸 보고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