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 여행에서 있던 일이다. LA는 뚜벅이에게 고난의 도시였다.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버스 배차 간격이 넓었다. 그날도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갔던 정류장에는 40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그렇게 1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배고픔과 불안함에 지쳐 있을 때쯤 버스가 왔는데 지갑에는 5달러와 50달러짜리 지폐뿐이었다. 미국은 버스 요금 거스름돈을 걸러주지 않았다. 1달러 25센트짜리 버스를 5달러를 내고 타야 한다니. 하는 수 없이 버스 기사님에게 돈을 내밀었고 기사님은 나에게 말했다.
“오늘 네 기분이 좋아질 일을 하나 할게.
버스 요금은 안 내도 돼. 그냥 타.”
그 순간 고마워서 울 것 같은 심정이었다. 기사님은 씩 웃으면서 “좋은 하루 되기를!”이라고 했다. 오로지 내 기분이 좋아지기를 바라서 하는 친절이라니. 그 다정한 마음이 너무 좋았다. 순수하게 건네진 친절에 모든 피로와 긴장이 풀어졌다.
그 이후로도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다정한 사람들을 수없이 만났다. 잠시 서 있었을 뿐인데 길을 잃었는지 물어와 준 사람, 터미널 앞에서 호객꾼에게 끌려가던 나를 저렴한 택시에 데려다준 사람.
여행은 그런 매력이 있다. 내가 사는 도시로 여행을 왔다는 이유만으로 건네지는 친절이 있고, 그 친절에 쉽게 감동하는 마음이 있다. 그런 다정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인생은 좋은 일도 왔다가 가듯이 나쁜 일도 왔다가 떠나는 것이니까. 오늘 만난 못난 그 사람도 파도가 쓸려가듯 잠시 왔다가 떠나가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내 삶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진심으로 대했을 때 진심을 돌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그러니 힘을 빼고 마음에 한 칸의 여유를 내어낸다. 다정한 사람이 되어 또 다른 다정한 사람을 만날 그날을 그리며.
매일이 여행만 같았으면.
매일이 다정한 사람을 만나는 날이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