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s in Vegas, stays in Vegas.” 베가스에서 일어난 일은 베가스에 남는다는 말. 당신의 비밀이 무엇이건 이 곳에 남아 지켜진다는 것으로, 한 광고회사가 고안한 저 문장은 베가스의 분위기와 스케일의 상징이 됐다. 영화 <라스베가스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도박과 환락의 신 시티(sin city)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은 드물 것이다.
처음에는 나도 그런 이유로 베가스를 찾았다.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의 분위기를 좋아했다. 4시간 정도 되는 멀지 않은 거리라 다녀오기도 쉬워서, 방학의 베가스 놀러가기는 거의 하나의 연례행사 같은 것이 되어 있었다. 서부에 출장을 오거나 여행 오는 친구들의 리스트에는 베가스 파티가 꼭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공짜 술을 마시며 슬롯머신을 돌리고 유명한 레스토랑을 찾는 걸 좋아했다.
도시의 화려함에 대한 애정은 로드트립을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시애틀 여행 이후 대부분의 일정은 유타를 향하곤 했는데, 베가스는 캘리포니아에서 유타로 가는 15번 도로의 중간에 자리하고 있었다. 클럽으로 가는 친구들과 헤어지고 나면, 메인 거리인 스트립(Strip)에서 벨라지오의 분수쇼 정도를 보고 도시를 떠나곤 했다.
그렇게 나는 환승객으로 베가스를 좋아하는데 익숙해졌다. 베가스를 빠져 나와 동쪽으로 달리다 보면 점차 지대가 높아지는데, 나는 도시가 눈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 차를 세우고 도시의 야경을 돌아보았다. 노란 불빛이 넓게 펼쳐져 형형한 사막, 다시 돌아 찾아올 베이스 캠프를 바라보았다. 화려함과 스케일의 명성에 가려진, 긴 여행의 발판이 되어줄 환승역의 모습을.
“가장 좋았던 여행은 무엇이었나요?” 모임에서 그런 질문을 주고받을 때면 나는 누군가 베가스를 말하기를 기다리곤 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들이 로드트립퍼는 아닐까 속으로 바라게 된다. 교통편을 기다리며 다음 행선지로 떠나기 전 행랑을 추리던 기억, 흔하디 흔한 화려함 아닌, 그 도시가 주던 편안함에 대한 이야기를 기다리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