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니 더 선명해 보였다. 포에버21 앞에서 담배를 피는 청년들, 조깅하는 청년과 식료품을 품에 안고 걸어가는 남자. 도시의 풍경을, 그 간격을 놓치는 것 없이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걷는 게 즐겁기도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캐나다에서 걸었던 그 순간들은 모두 오로지 나의 결정이었다. 가게에 들어가는 것, 혹은 들어가지 않는 것, 두 갈래 길에서 왼쪽으로 향하는 것. 그 모든 길에 나름의 풍경이 있었다. 틀린 길은 없었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빠른 길을 찾고자 해서 삶에 확신을 갖기 어려운 걸지도 모른다. 사실 느리든 빠르든 내가 선택한 길만 있을 뿐인데.
그러니, 떠나지 않을 수 없다. 여행에서 한 걸음씩 걸어나가면서 일상의 불안함을 매만지고 덜어내야 한다. 신발 밑창이 닳아갈수록 존재는 다시금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