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여행하는 법>의 저자 그자비에는 가택연금형에 처해져 40여 일 동안 집에서만 머무르게 된다. 그는 ‘영혼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며 방의 사물들을 관찰한다. 그는 함께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며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상상한다. 덕분에 그는 집에 구속되어 있었지만 누구보다 천진하고 알찬 시간을 보낸다.
그자비에가 집을 낯설게 바라보았던 것처럼 우리 시대의 여행은 일상의 공간을 낯설게 바라보면서 시작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내 집을 돌아보니 솔직히 구경할 거리가 있어야 낯설게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집을 세심하게 살피고 꾸며가고 있다. 책을 읽는 공간을 만들고, 예쁜 그릇을 사고, 하늘이 잘 보이는 곳에 책상을 놓았다.
그렇게 나는 커튼에 그려진 한강 물결이 바람에 일렁일 때, 조도를 낮추고 소파에 누워 책을 읽을 때, 누워서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볼 때를 사랑하고 있다. 그런 순간에 일상은 스르르 빠져나가고 따뜻하고 느릿한 것들이 내 주위를 둘러싼다.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것을 채워 넣어야 좋은 것이 산출되는 것. 지금, 여행은 쉽지 않지만 그러니 우리는 더더욱 일상을 적극적으로 여행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것들을 사랑할 의무가, 그리고 행복해질 의무가 잔뜩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일상을 조각내어 여행의 형태로 다시 꿰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