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하늘에 몇 가닥의 구름이 널려 있었다. 유난히 길고 두터운 구름이 하늘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 구름 위의 하늘과, 그 구름 아래의 하늘은 다른 세상인 양 색이 달랐다. 지평선에 가까울수록 하늘은 더 짙었다. 중력의 영향을 받아 하늘이 두텁게 쌓여있는 것만 같았다.
구름에서 흘러내려 얼굴에 닿는 바람은 깨끗하고 살랑거렸다. 이런 날씨에 회사에만 있는 건 삶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팀원들에게 점심 약속이 있다고 하고 도망치듯 사무실을 나섰다.
회사 근처의 강변으로 향한 걸음은 강가에 다다르면서 느릿해졌다. 숨과, 걸음과, 생각의 속도가 잔잔해졌다. 점심시간의 강변은 사람 하나 없이 고요했다. 강가에 걸터앉아 점심거리로 챙겨온 샌드위치를 베어 물며 강물을 바라보았다. 강은 조용하지만 분주하게 수많은 결을 접으며, 접으며, 출렁거렸다. 앞으로 흐르다가도, 아니, 뒤로 흐르는 것 같다가도, 머물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