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는 자기만족이란 없어 보인다. 자신을 인정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여유는 다음 스텝일 것이다. 타인의 인정에 메말라 있다. 이 갈증이 급급하다. 타인이 인정해 주고 부러움을 보일 때 느끼는 안심과 찰나의 우월감을 위해 전력질주를 하는듯하다. 이 갈증이 가라앉아야 진짜 행복이라는 신기루에 도달할 것이다.
혹시 이렇게 매일 전력질주 하다가 넘어지면 어떻게 일어나야 할까. 그리고 다음 스텝에 결국 도달은 하려나.
가끔 연락하고 지내는 똑똑한 고등학교 동창이 있다. 그녀는 이과대신 예체능을 선택하였다. 명문대에 진학하였고, 유학생활도 하였다. 똑똑하고 감각도 있어 꽤 괜찮은 디자이너 브랜드 인턴십 기회를 잡았고, 귀국 후 대기업에 취업하였다. 그녀는 외모도 수려하다. 타고난 아름다움도 있지만 혹독한 자기관리로 날씬한 몸매와 빛나는 머릿결, 피부 결이 돋보인다. 결론적으론, 그녀는 목이 마르다. 넘어져 본 적은 없다. 그저 아직 달리는 중이다. 부족한 것이 전혀 없어 보이는 그녀는 나에게 그녀의 공허함을 털어놓았다. 그림을 마냥 좋아해서 그린 것은 아니라고 했다. 패션을 사랑해서 시작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소질이 있어 시작했고 유학 정도의 경력은 필요하여 나갔고, 미래의 어떤 꿈에 필요한 경력이라기보단 그녀의 삶에 하나쯤은 갖춰야 할 경력이라고 그녀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귀국 후 한국계 대기업에 입사한 그녀는 불만이 많았다. 이런 취급을 받으려고 그녀가 명문대를 나와 유학을 가서 인턴십까지 따온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더 심도 있는 보상이 그녀는 필요했다. 남들이 우러러볼 만큼의 자리가 필요했고, 또래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한 남자친구도 필요했다. 그녀에겐 많은 칭찬과 인정 그리고 부러움의 주머니가 아직 메말라 있다. 그래서 그녀는 쉬지 못하고 달리는 중이다.
삶에서 많은 칭찬과 인정이 너무나 메말라 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달렸다. 저 선만 넘어서면 이젠 행복이라는 신기루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는 이 세상이 얼마나 행복을 멀리멀리 미루는지 보여주었다. 행복은 순간순간 자리 잡고 있다는 말뿐인 허황으로 만들어버리는 촘촘한 세상에 발을 디뎠다.